스타벅스 적자 27년만에 처음
스타벅스 27년 만에 첫 분기 적자. 184억 영업적자라고 한다. 1999년 1호점 개점 이래 처음이다.

기사들 보면 탱크데이나 여러 논란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근본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시장이 바뀌었고 제품이 바뀌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게 바뀌었는데 스타벅스는 계속 같아서 그렇지 않을까? 여론에서 문제가 된 것의 영향이 적지 않은데 그거는 촉발제고, 근본적으로 내부에서 제품과 조직이 계속 약해졌기 때문에 이제 와서 터진 거 아닐까 싶다.
20년 전에는 카페 문화 자체가 없었고 사람들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스타벅스 같은 공간이 엄청나게 럭셔리 프리미엄이었고 그런 공간들을 대중에게 공유해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복지 같은 개념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커피값도 비쌌지만 사람들은 소비했다. 브랜드로서, 공간으로서 좋은 제품이라서 지속적으로 소비해 준 것이다. 한국에서 커피값은 대충 5천 원이라는 개념도 스타벅스 때문에 도입된 거다. (수많은 비난 받으면서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품이 좋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성차별적인 비난 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브랜드 까내리기 여론 많이 있었다)
스타벅스 프리퀀시 같은 콜라보 이벤트나 마케팅 같은 것들도 굉장히 획기적이었다. 스타벅스 자체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되어주었다. (최대주주가 이마트이니까) 스타벅스가 브랜딩해서 자기들 제품 + 다른 브랜드 제품 같이 콜라보해서 팔아주었다. 전국민이 원하는 베스트셀러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엄청난 프리미엄 옵션 붙여서 팔아서 고마진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프리퀀시 안 산다. 언제부턴가 그렇다. 좋은 유통채널, 기획력, 해자가 있었는데. 프리미엄과 옵션이 평범해진 지 꽤 된 것 같다.
시대가 바뀌었다. 상향 평준화됐고 경쟁이 빡세졌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더 낮은 비용으로 적당히 좋은 공간들을 만들 수 있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이디야가 그랬고 컴포즈가 그랬고 메가커피가 그랬다. 지금 메가가 3,300개, 컴포즈가 2,600개다. 심지어 유사한 공간인데 가격은 1/3 정도 수준으로 떨어지면 더 이상 그 브랜드를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브랜드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취약한 것이라서 그것 자체가 락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언제든지 더 좋은 대체재가 생긴다면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냉정하다. 언제나 더 좋은 거래가 있다면 넘어가는 것도 사람들이다. 불매도 갈 데가 있어야 하는 거다. 20년 전이면 열받아도 갈 데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건물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앵커테넌트로서 역할을 했다. 스타벅스가 들어가면 동네가 살고 공실이 줄고 건물주들에게도 혜택이 된다는 시그널링이 있었다. 덕분에 더 좋은 구조로 초기 자본 투자를 라이트하게 가져가고, 절대 망할 수 없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한국에 계속 진입했다. 건물은 사지도 않는다. 임차료도 대부분 매출에 연동해서 낸다. 건물주랑은 원래 나눠 갖는 구조였다. 서로 같이 행복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생태계라는 것은 공존하는 것인데, 마진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면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여러 이유로, 스타벅스는 더 이상 건물주들에게 선호 1위 앵커테넌트가 아니게 됐다.
욕심부리고 계속 모든 것들을 내 주머니 안에 가지려고 하면 생기는 문제들이다. 계속 나눠주면서 생태계를 그려야 한다. 그것이 해자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다. 혼자서 황제가 되는 게 아니라 여러 동맹군들을 계속 어우르면서 서로가 함께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매우 크게 갈 수 있다. 스타벅스가 창사 첫 적자를 낸 것은 단순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더 이상 스타벅스에 '가야만' 하는 이유도 없어졌고, 스타벅스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대체재가 있는'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스타벅스가 없었다면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