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육체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절대로 이 사람하고 두뇌로 경쟁해서 이길 수 없겠다는 벽을 느낀 친구도 만났다. 정말로 뾰족한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항상 그들하고 어떻게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나 잘하는 것이 있다면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숨죽이고 인내하는 특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다릴 줄 아는 것, 장기적 관점에서 감정적으로 굴지 않는 것, 버티고 버티고 끝까지 버티면서 스트라이크 존에 한 번 들어오는 공을 치는 것이다. 100개의 공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것도 조금 할 줄 알게 됐다. 내 공이 아니면 내 공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다.
플레이북 같은 것은 없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가는 공략집 정도야 있겠지만 인생의 문법 같은 것은 없다. 각자의 성향과 강점, 약점을 고려해서 자기만의 플레이북을 그려가는 것이다.
나는 엄청나게 화려하지 않고 돋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다. 그게 장점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쓸모 있는 사람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특성 하나를 꼽자면 그것일 것이다. 남들은 이게 절대 돋보이는 장점이라고 바라봐주지도 않았다. 이 특성 하나가 나를 끌고 가고 있다. 더 오래 끌고 가주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