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우드 한 달 후기를 적습니다. 사용하며 효율성이 매우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상 배운 것들이 있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플라우드 한국 유통사의 지원도 받았습니다. 맨 하단에 이벤트가 있으니 도움 되시면 좋겠습니다.

제 서랍에는 비싼 기계들이 많습니다. 살 때는 다 인생을 바꿔줄(?) 기대로 샀던 물건들입니다. 하나같이 2주를 못 넘기고 서랍으로 갔습니다. 액션캠도 있고요. 스마트 링, 고급 팟캐스트용 마이크도 있고요. 여러 이유로 사기는 많이 사는데, 일상에 녹아들어 살아남는(?) 녀석들은 적네요.
지난달에는 AI 노트테이커 플라우드(Plaud)를 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랍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ㅎㅎ. 한 달째 살아 있습니다. 왜 이건 살아남았는지, 사용 후기와 생각 몇 가지 나눠보려고요.
먼저 물건 소개부터 하면, 명함 사이즈의 녹음기입니다. 폰 뒤에 붙여두거나 지갑에 넣어둡니다. 버튼 한 번이면 녹음이 되고, 끝나면 알아서 전사를 해줍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요약하고, 해야 할 일도 뽑아줍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폰에도 녹음 있는데?" 싶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달 쓰면서 제 하루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드리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1. 미팅부터요. 대화에 집중을 합니다. 대화가 끝나면 다시 그 대화를 정리합니다. 대화를 '정리'하는 데에만 미팅만큼 시간이 듭니다. 1시간을 대화하면 1시간을 정리합니다. 너무 중요한 미팅은 꼭 기억을 되살려 정리하지만, 바쁘면 놓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놓치는 미팅은 휘발되었습니다. 분명 좋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일주일 뒤에 남은 건 "좋은 미팅이었다"는 인상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플라우드를 사용하고 바뀐 건 이런 일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미팅을 시작하면 버튼을 누르고, 미팅이 끝나면 버튼을 다시 누릅니다. 대화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면 미팅 요약과, 할 일 목록이 모두 정리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것만 그 자리에서 팀에 넘깁니다. 회의록 쓰는 시간이 줄어든 게 아닙니다. 회의록이라는 '일' 자체가 제 하루에서 없어졌습니다.
2. 다음은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은 이상하게 책상에서 안 나옵니다. 걷다가 나오고, 운전하다가 나오고, 샤워하다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 생각들의 수명이 몇 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폰 메모장에 적으려고 했습니다. 폰을 꺼내고, 잠금을 풀고, 앱을 찾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 네 단계를 지나는 동안 생각의 절반은 이미 도망가 있습니다. 열 개가 떠오르면 두세 개 적으면 많이 적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걷다가 생각이 오면 버튼을 누르고 그냥 말합니다. 두서없어도 됩니다. 문장이 안 되어도 됩니다. 저녁에 열어보면 그 중얼거림이 전부 글자가 되어 있습니다. 열 개가 떠오르면 열 개가 남습니다. 잡는 양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3. 글쓰기도 루틴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글쓰기는 책상에 앉아 빈 화면을 마주 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뭘 쓸지부터 생각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책상에 앉으면 낮에 말해둔 재료들이 이미 쌓여 있습니다. 그 전사본을 AI한테 넘겨 초고를 만들고, 저는 고치고 자릅니다. 무에서 시작하는 글쓰기와 재료에서 시작하는 글쓰기는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게 아니라 난이도가 다릅니다. 책상은 이제 생각을 짜내는 자리가 아니라, 밖에서 잡아온 생각을 다듬는 자리가 됐습니다. 이 글도 절반은 걸으면서 썼습니다.
정리하면, 기록이 '마음먹고 하는 일'에서 '그냥 일상속에 들어온 일'이 됐습니다. 제 옆에 비서가 붙어서 계속 제가 한 대화들을 기록하고, 요약해줍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됩니다. 폰 녹음기로는 이렇게 안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귀찮으면 사람은 안 하거든요. 이 기계가 한 일은 그 귀찮음을 0으로 만든 것, 그게 전부인데 그 전부가 행동을 바꿨습니다. 돈 주고 기계를 샀는데, 심어진 건 버릇이었습니다.
물론 기계값이 있습니다. 구독료가 붙고요. 하지만, 저처럼 말하고 듣는 게 일인 사람에게는 값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생각인데요. 기계는 계속 좋아질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업그레이드 되고요. 몇 년 뒤에는 안경이 됐든 이어폰이 됐든 전혀 다른 형태가 나올지도요. 더 좋은 게 나오면 저는 미련 없이 갈아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은 기계가 아니라 업무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 지나갈 때 잡아두는 버릇, 하루를 재료로 만드는 버릇. 기계는 서랍에 들어가도, 버릇은 서랍에 안 들어가니까요.
AI-native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작은 것들을 바꾸려고요. 그렇게 되면 복리가 쌓여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믿습니다.
플라우드 코리아에서 제가 후기를 작성하니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전용 기획전을 만들어주셨고요. 만약 필요하신 분들께 도움이 될법한 행사이기를 바라며 공유합니다.

* 참고차, 해당 기획전 통해 판매되는 수익은 제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순수 필요하신 분들 위해 할인 추가하여 받아온 상태이니 필요하신 분들 구매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