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다 똑같다. 동일한 면적, 동일한 기둥, 동일한 구석. 건설업자가 설계한 틀이 끝이다. 내가 정하지 않는다. 내가 설계하지도 않은 공간에서, 내 옆집도 나와 사실상 같은 구조에서, 우리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효율적이다. 개성이 없다. 거래가 쉽다. 모두가 똑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내' 집이라고 부른다. 그 안에서 고작 커튼 색깔 정도 바꾸면서 우리는 개성을 논한다.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플랫폼이 다 정해뒀다. 편리하게. 사진 비율. 스토리 위치. 프로필에 몇 줄을 적을 수 있는지, 사진 몇 장을 올릴 수 있는지마저도. 릴스의 길이까지. 그들이 정해주었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고작 그들이 정해준 칸 안에 무엇을 집어넣느냐뿐이다. 그것조차 알고리즘이 걸러내겠지만.

이 시스템 안에서 누구는 감도가 좋다느니 구리다느니 평가하고 있다. 어차피 같은 틀 안의 얘기다. 다 정해진 판 안에서 뭐 대단한 게 나온다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생소하다. 좋아요가 왔다. 나는 잠시 살아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링크드인. 플랫폼마다 각자의 틀이 있고, 우리는 그 틀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노는 척한다. 샌드박스다. 우리가 모래성을 아무리 정교하게 쌓아도 모래는 그들이 준 거고 땅도 그들이 정해준 거다. 그걸 창작이라고 부른다. 자기표현이라고 부른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근데 그게 전부인 줄 안다는 게 문제다.

플랫폼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내가 무엇을 오래 보는지. 내가 무엇 앞에서 멈추는지. 내가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나는 나를 잘 모른다. 플랫폼은 안다. 그래서 플랫폼이 나한테 맞는 것들을 골라서 준다. 그게 내 취향인지, 플랫폼이 만들어준 취향인지 이제는 구분이 안 된다. 구분하려고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웹사이트마다 구조가 다 달랐다. 어떤 사이트는 배경이 새카맣고 형광 초록 글씨였고, 어떤 사이트는 GIF 이미지가 페이지 전체를 덮었다.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메뉴가 어디서 나오는지도 몰랐다. 뭐가 효율적인지도 몰랐고, 사용자 경험이 뭔지도 몰랐고, 전환율 같은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냥 감으로 다 때려 박았다. 디자이너들이, 개발자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다. 마이스페이스는 사람마다 페이지 구조가 달랐다. 자기 프로필을 HTML로 직접 꾸몄다. 못생겨도 됐다. 이상해도 됐다. 내 페이지니까. 블로그도 그랬다. 이글루스, 싸이월드 미니홈피, 개인 홈페이지.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대해적 시대였다. 비효율적이었지만 살아있었다. 각자의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없다.

엄청나게 효율적인 시대. 모두가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 동일한 포맷으로 동일한 것을 보며 산다. 결정할 게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받으면 된다. 낭만 같은 게 있을까? 낭만이 뭔지도 모른다. 플랫폼이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 편하면 된다.

우리가 보는 것들이 다 똑같아지고 있다. 피드를 내리면 비슷한 구도의 사진, 비슷한 톤의 영상, 비슷한 방식의 글들이 흘러간다. 그 안에서 차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필터가 다른 건지, 캡션 스타일이 다른 건지. 어차피 같은 플랫폼, 같은 포맷, 같은 알고리즘 안에서 나온 거다. 본질적으로 다 같은 얘기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거기서 무슨 대단한 창의성을 바라나. 인스타그램이 정해준 비율 안에서 사진 올리고, 틱톡이 정해준 길이 안에서 영상 찍으면서, 그게 누구보다 더 감성적이라고, 감도가 높다고 자랑하고 있다. (우리 그러지말자)

아니다 우리 그렇게 하자. 나도 그렇게 한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도록 하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말자. 의심하지 말자. 그냥 원래 이런 거라고 생각하자. 원래부터 이랬던 것처럼. 그렇다고 믿자.

단독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땅 사고, 설계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짓는 사람들. 참 번거롭겠다 싶다. 아파트가 얼마나 편한데. 입주하면 다 갖춰져 있고, 결정할 것도 없고, 나중에 팔기도 쉬운데. 굳이 왜 저러나 싶다.

나는 커튼 색깔을 골랐다. 그게 내가 이 공간에서 한 가장 큰 결정이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란 그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 안에서 커튼 색깔 고르고, 캡션 문구 고르고, 그게 나의 선택이고 나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열 것이다. 좋아요가 올 것이다. 나는 잠시 살아있을 것이다. 아파트는 다 똑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걸 내 집이라고 부를 것이다.